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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이죠..

2zy 2006. 9. 15. 03:32
전, 과거의 기억이 일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망각된 사실이 아닌, 사연이 있는 망각이지요.
04년도 여름에 죽을 위기를 넘기게한 종양군과 사투를 벌인후, 과도한 항생제 사용의 부작용으로 인해서 뇌에 아주아주약간-이라 믿고싶은-손상이 간 모양입니다.
때문에 04년도 이전의 대다수의 기억과 부작용으로 인한 그 후의 6개월간의 기억들이 싸그리..
지우개로 지워지다시피 없어져버렸습니다.
누군가가 말을 걸어와서 아는척을 했는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 서로 민망했던것이 비일비재.
이제는 정중히 사과먼저하면서, 사정을 설명후에 이야기를 듣는게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제 뇌에서 지워졌나봅니다.
정말 죽어서도 떨어지고 싶지 않아했던 소중한 사람마저 제 기억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어디론가 도망가서라도 같이 살고싶었던 사람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지인들이 그들의 이름을 거론할때마다 저는 매우 슬퍼지곤 합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나와, 나와는 너무 먼 곳에 서있는 그들 때문에...
최근엔 3년간이나 소원했던 친구와 재회를 하였습니다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서로 또 민망해 했고..
사정을 설명하자, 그 아인 웃으며 괜찮다고 해줬습니다.
정말이지 이럴땐 미치도록 울고 싶어집니다.
때론 농담삼아, "내 뇌에게 물어봐줘..미안해." 라는 말을 지껄이기도 하고요.
지금 내 주변에 남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왔던 그런 사람들 이거나.
그 일 이후로 새로 사귄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연락을 취하지 않았던 사람들. 그들 중에 기억하는 사람은..
그들의 흔적이 제가 소지한 물건중에 남아있거나, 예전의 일기장에 기록되어 있던 사람들이 고작입니다.
...그렇다고해도 얼굴까진 기억나지 않아요. 속상하게도 말이죠.
그저 기억만 없어졌으면 이렇게까지 우울하진 않을테지만, 제가 제일 좋아했던 공부마저 이젠 손댈수 없는 대상이 되어있었다는것에서...너무도 원망스럽기까지 했어요.
그렇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만큼 앞으로 볼 세상이 남아있다는것을 잘 압니다.
죽음이란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것도 아주 잘알지요.
때문에, 기억 상실에 대한 아픔도, 누구를 향한 그리움인지 모를 아련함도 꾹 참아 낼 수 밖에요.
병원에서의 시체와 같은 비참한 하루하루를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열심히 살아가야한다는걸 잘 압니다.
그렇지만, 너무도 힘들땐 간사하게도 그 간절했던 호소를 까맣게 망각하곤합니다.
살고싶다고 이렇게 포기하기엔 아직 해보지 못한일도, 채 피어보지 못한 나의 꿈이 너무 아쉬웁다고..
울면서 매달렸던 나의 호소는 가끔씩 어디론가 멀리 달아나 버리는지...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분명히 내가 겪어야하고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인데 도망가고 싶어지기도하죠..
결국은 스스로가 좋은것만 보고싶고, 내 한몸 편하면 그만인것이지만, 정작 스스로를 위해선 보기 싫은것도 봐야만하고, 하기싫은것도 해야만 하는거죠.
삶이란건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번민을 할것이고, 많이 우울해도 할거라는걸 스스로가 더 잘압니다.
그래도 포기할수 없는건,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 만큼 펼쳐져 있어, 무한한 길을 열어주고 있기때문일겁니다.
뒤늦은 이 고백은, 스스로를 위한 채찍일지, 내가 잊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무안한 사과일지..
스스로 쓰고도 두서없는 글이라 무어라 말 할수가 없어 난감하기 그지없군요..
이시간, 하늘엔 크고 밝은 반달이 휘영청 떠서 창가를 비춥니다.
아무쪼록 이 글을 쓰는 저도, 두서없는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도 스스로를 사랑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