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사람들은 세상의 끝이라 하면 전쟁, 자연재해, 핵..등으로 인한 종말을 생각하곤 한다.
그것이야 거창한 이야기고, 개개인의 사람에 있어서의 세상의 끝은 죽음이 아닐까.
세상의 인연도, 남겨둔 미련도, 쌓아둔 명예, 부귀영화가 다 무엇이랴.
사후의 세계란 아무리 거창하게 이야기해도 끝은 끝인 법이다.
어린애도 잘 알듯이, 생명은 유한하고 바람 앞의 촛불마냥 어찌될지 모르는 게 삶이라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타오르기 위해 애를 쓰는것이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삶의 난관에 부딪혀서 정말이지 버티기 힘들 때, 사람들은 하나뿐인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기도 한다.
정작 죽으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섰을 때, 망설임에 부딪히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이 방법 밖엔 없다고 스스로 세뇌하며 세상에 안녕을 고한다.
죽음이 남기는 것은 소수의 사람들에게의 상처, 그리움, 아쉬움, 때론 명예.
하지만, 그건 남겨진 자들에게나 소용 있는 것일 뿐, 사자(死者)에겐 그 무엇도 남지 않는다.
말 그대로 한 개인에게 있어, 죽음은 세상의 끝인 것이다.
내게 있어 죽음이란 가장 덤덤한 사실이자, 가장 무서운 사실이라는걸 난 새삼 깨닫고 있다.
올해 들어 벌써 네 명이나 세상을 달리하였고, 다시는 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내게 아쉬움과 함께 죽음에 대한 서러움과 공포를 새삼 떠올리게 해주었다.
사람의 죽음을 통보 받으면, 일단은 가슴이 무겁고 쓸쓸해진다.
언젠간 겪을 일이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어째서 오늘? 왜 하필 지금? 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는 것은 모순일까.
사람은 언제고, 세상을 떠나게 되어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인데, 죽음을 앞에 대하면 그렇게 되지 않는가 보다.
여러 죽음을 대해오며 죽음이란 사실에 대해 꽤나 많이 덤덤했지만, 그 사람이 내 곁을 떠나 이젠 다시는 올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면 왜 그리 서러워지는지.
어려서는 알 수 없었을 감정이 나를 지배하곤 한다.
죽음에 대해 서러워하고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건 아마도 그 서러웠던 여름이 지난 후 인 듯 싶다.
많이 아팠고, 많이 서러웠고, 후회도, 절망도 많았던 그 해 여름.
성큼 다가온 죽음을 느낄 수 있었고, 벗어나고 싶어서 애처로이 발버둥 쳤었던 기억.
“죽음 앞에서는 솔직해질 수밖에 없더라.” 라는 어른들의 말이 어찌나 가슴에 와닿는지…
해주지 못한 일, 마무리 짓지 못 한일, 하고 싶었던 일…
어리고 젊었기에 더더욱 미련이 남는 삶.
여러 사람의 얼굴들이 머리 속을 스쳐가고, 사소한 일들마저 하나씩 스쳐갈 때, 엄습해오는 죽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공포요, 허무였다.
그 해 여름. 20대 초반의 나는 그렇게 죽음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