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prologue
어느날 이른 아침.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벨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전화의 주인공은 몇년전부터 꽤나 절친하게 지내고 있는 친구 L이었다.
그녀는 꽤나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소식을 전해왔다.
내 옛 연인이었던, R의 사망소식.
헤어질때 모질게 대했던 탓인지, 조금 충격적이었다.
아니, 짐작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병치레를 진저리 나 했으니.
L은 자신과 K는 오후쯤 빈소를 찾을 예정이라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사실, 혼란스럽기도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
그렇게 박정하게 연락하번 하지 않은 주제에 죽은뒤에나 얼굴을 비춘다는게 조금은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그나마도 가지 않음은 한때나마 가장 사랑했던 그에게도 실례인것이니.
옷장을 열었다.
한동안 검은 옷은 입지 않았다.
그와 함께했던 동안, 우린 지겹게도 검은 옷을 입었다.
때문에, 그와 헤어진 후론, 난 검은옷을 입지 않았고, 연인인 A또한 나에게 맞춰주었다.
검은 정장을 꺼내어 놓으며, 달력을 보니, 오늘은 그와 처음 만난날.
그리고 그의 생일이었다.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한숨만 나오더니, 이내 하얗게 되어버려 아무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저 이 "검은 옷"을 입고 영안실에 가야한다는 사실만이 뇌리에 남아있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