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카테고리 없음 2006. 8. 23. 00:54 posted by 2zy



한 여자가 있었다.
내가 그다지도 사랑해 마지 않았던.
나는 그저 한낮 화공이었고, 그녀는 영주의 딸이었다.
처음 그녀를 만난 건 시집가기 전의 모습을 담을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부모끼리 정해버린 혼담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것일까.
잔뜩 비뚤어진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대담하다면 대담하다할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착한모습의 그녀와, 억지로 비뚤어진 모습을 보이려하는 그런 우스운 모습의 그녀.
그 어느쪽도 사랑스러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한낱 화공일뿐...
그저 그녀의 모습을 그리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거울에 비친 모습은 때론 울적해보이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했다.
거울은 그녀의 진실을 비추듯, 실제의 얼굴과는 다른 모습을 내게 비춰주었고...
어느새 내가 사랑하는 대상은 "거울"속의 그녀의 진실된 모습이었다.
신분의 차이보다 더 어려운 허상을 사랑하게 되어버렸던 나는...
그녀가 떠나던 그날, 나 스스로를 영원히 세상에서 지웠다.
여전히 거울의 환상에 취해서.